요즘 것들은 태안 갯벌 체험이라고 하면 다들 바지락만 찾더군. 무슨 바지락이 정답이라도 되는 양 다들 그것만 파헤치는데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. 내가 왕년에 이 바닥에서 굴렀을 때는 바지락보다 동죽이 훨씬 귀하고 맛깔나다는 걸 누구나 다 알았다. 동죽은 껍데기가 더 매끄럽고 모양이 동글동글해서 손맛이 전혀 다르다. 그런데 요즘은 그냥 남들 다 하는 대로 바지락통이나 들고 다니니 갯벌의 진정한 묘미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.
동죽을 제대로 잡으려면 일단 발밑을 잘 봐야 한다. 바지락은 얕은 곳에서 뭉쳐 다니는 경향이 있지만 동죽은 조금 더 깊숙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. 호미로 겉흙만 살살 긁어서는 절대 안 나온다. 수직으로 깊게 찔러 넣은 다음에 손목을 살짝 비틀어 끌어올려야 한다. 이때 흙의 저항감이 느껴지는데 그 묵직한 느낌이 바로 동죽의 신호다. 사실 갯벌의 성분이나 조수 간만의 차이에 따라 구멍의 깊이가 달라지는데 이런 세세한 원리를 모르고 그냥 무작정 파는 건 노동이지 체험이 아니다.
장비 탓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실 호미 하나면 충분하다. 요즘은 무슨 최신식 갈퀴니 뭐니 하는 도구들을 팔던데 그런 건 다 상술이다. 진짜 고수는 손끝의 감각으로 잡는다. 갯벌 바닥에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곳이 있는데 그게 바로 동죽이 숨 쉬는 통로다. 그 주변을 공략해야 한다. 무턱대고 넓은 면적을 훑고 다니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. 흙의 색깔이 미묘하게 변하는 지점을 포착해서 집중적으로 파 내려가는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다.
물론 동죽은 잡고 나서 해감하는 과정이 더 까다롭다. 바지락보다 껍질이 단단해서 뻘을 뱉어내는 시간이 더 걸린다. 소금물을 맞추는 비율이 중요한데 너무 짜면 동죽이 스트레스를 받아 입을 꽉 다물고 너무 싱거우면 뻘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. 어두운 곳에 두고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는 기본 상식조차 잊은 사람들이 많다. 그냥 물에 담가두면 다 빠질 거라 생각하는 안일함이 요즘 세대의 특징이다. 제대로 된 해감을 거치지 않은 동죽은 모래 씹히는 맛 때문에 망치게 된다.